바닷속을 뚫고 지나가는 해저터널은 산을 관통하는 일반 터널보다 훨씬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해요. 지반이 물러서 무너지기 쉽고, 수십 미터 물기둥이 누르는 압력을 계속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해저터널을 지을 때는 상황에 맞춰 서로 다른 공법을 선택하거나 조합해서 사용해요. 오늘은 대표적인 세 가지 공법이 각각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정리해봤어요.
침매터널 공법, 미리 만든 함체를 가라앉힌다
침매터널 공법은 육상 건조장에서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인 함체(침매함)를 먼저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요. 이 함체는 하나의 길이가 100미터가 넘는 경우도 있는데, 완성되면 물에 띄워서 예정된 해저 위치까지 끌고 간 다음, 바닥에 미리 파둔 참호(트렌치)에 가라앉혀요.
가라앉힌 함체들은 물속에서 서로 연결되고, 이음매 부분은 방수 처리와 되메우기 작업을 거쳐 단단히 고정돼요. 이 공법은 지반을 직접 굴착하지 않고 바닷속 지반 위에 구조물을 놓는 방식이라, 비교적 얕은 심도의 해저 구간에 적합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국내에서는 거가대교의 침매터널 구간이 이 공법으로 시공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요.
실드 TBM 공법, 원통형 장비로 직접 굴착한다
실드 TBM(Tunnel Boring Machine) 공법은 원통형 굴착 장비가 회전하는 커터헤드로 지반을 깎아내며 전진하는 방식이에요. 굴착과 동시에 뒤쪽에서는 조립식 콘크리트 부재(세그먼트)를 원형으로 이어 붙여 터널 벽을 완성해나가요.
TBM은 크게 암반에 적용하는 그리퍼 TBM과 모래·점토 같은 연약 지반에 적용하는 쉴드(Shield) TBM으로 나뉘는데, 해저터널처럼 지반이 무르고 지하수가 많은 구간에서는 쉴드 TBM이 주로 사용돼요. 장비 앞쪽에 있는 강철 외피(쉴드)가 굴착 중 무너질 수 있는 지반을 받쳐주면서 안전하게 굴진할 수 있게 해줘요.
- 연속 굴착 가능 기계가 쉬지 않고 전진하며 굴착과 세그먼트 조립을 동시에 진행해요.
- 진동과 소음이 적음 발파를 쓰지 않아서 주변 환경이나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 깊은 심도에도 적용 가능 함체를 가라앉히기 어려운 깊은 해저 구간에서도 시공할 수 있어요.
NATM 공법, 암반의 자체 지지력을 활용한다
NATM(New Austrian Tunnelling Method)은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터널 공법이에요. 화약으로 암반을 발파하거나 굴착기로 파낸 뒤, 숏크리트(뿜어붙임 콘크리트)와 록볼트로 암반 표면을 즉시 보강해서 암반 자체의 지지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에요.
산악 터널에서는 흔히 쓰이지만, 해저 구간에서는 암반이 단단하고 지하수 유입을 통제할 수 있는 구간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돼요. 지반이 약하거나 균열이 많은 해저 구간에서는 붕괴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는 실드 TBM이나 침매터널 공법과 함께 조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공법을 나눠서 조합하는 이유
실제 해저터널 프로젝트는 구간마다 지반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공법만으로 전체를 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얕고 평탄한 해저 구간은 침매터널로, 깊고 연약한 구간은 실드 TBM으로, 육지에 가까운 암반 구간은 NATM으로 나눠서 시공하는 식이에요.
이렇게 구간별로 최적의 공법을 선택하면 공사 기간과 비용을 줄이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요. 다만 여러 공법을 연결하는 접합부는 시공 난이도가 특히 높아서, 해저터널 전체 사업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구간이기도 해요.
해저터널 시공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
산을 뚫는 일반 터널과 달리 해저터널은 지반 자체가 물러서 무너지기 쉽고, 수압이 계속 구조물을 누르기 때문에 방수 성능이 조금만 부족해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반 조사, 수압 계산, 비상 대피 통로 확보까지 매우 정밀하게 검토해야 하고, 이것이 해저터널 공사비가 일반 터널보다 훨씬 높게 책정되는 주된 이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