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이나 설산을 오르는 사람을 흔히 등반가라고 부르는데, 등반이라는 활동 자체가 시대에 따라 방식과 장비, 목표가 크게 달라져 왔어요. 개척 시대의 고산 등반가부터 손끝 하나로 절벽을 오르는 프리솔로 클라이머까지, 등반가라는 이름 안에는 다양한 스타일이 담겨 있어요.
등반가의 정의
등반(登攀)은 손과 발, 또는 신체의 다른 부위를 이용해 가파른 지형을 오르는 활동을 뜻해요. 이 활동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을 등반가라고 불러요. 등산과 등반은 비슷해 보이지만 등반은 특히 손을 써서 오르는 가파른 구간, 즉 암벽이나 빙벽처럼 기술적 난이도가 있는 지형을 오르는 행위를 가리켜요.
등반가는 크게 고산 등반가와 암벽 등반가로 나눌 수 있어요. 고산 등반가는 히말라야급 고봉을 목표로 하는 원정 등반을, 암벽 등반가는 짧고 기술적인 구간을 정교하게 오르는 스포츠클라이밍이나 프리클라이밍을 주로 해요. 두 분야는 요구되는 체력과 기술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도 다르게 나뉘어요.
고산 등반의 개척자들
고산 등반의 초기 개척자로는 월터 보나티(Walter Bonatti), 리카르도 카신(Riccardo Cassin), 헤르만 불(Hermann Buhl), 가스통 레뷔파(Gaston Rébuffat) 같은 인물들이 있어요. 이들은 아직 등반 장비가 지금처럼 정교하지 않던 시절, 알프스와 히말라야의 미답봉들을 최초로 등정하며 현대 등반의 기틀을 닦았어요.
이들의 뒤를 이어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와 더그 스콧(Doug Scott)이 등장했어요. 특히 메스너는 무산소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히말라야 8000미터급 고봉 14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인물로, 고산 등반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이름 중 하나로 꼽혀요.
이후 세대에서는 믹 파울러(Mick Fowler), 마르코 프레젤리(Marko Prezelj), 우엘리 스텍(Ueli Steck) 같은 등반가들이 알파인 스타일 등반을 발전시키며 더 가볍고 빠른 등반 방식을 개척했어요. 대규모 원정대 대신 소수 인원이 최소 장비로 빠르게 정상에 도전하는 방식이 이 시기부터 자리 잡았어요.
스포츠클라이밍의 전설들
1980년대 이후 스포츠 클라이밍이 발전하면서 암벽등반이 대중화됐어요. 이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볼프강 귈리히(Wolfgang Güllich), 알렉산더 후버(Alexander Huber), 크리스 샤마(Chris Sharma), 아담 온드라(Adam Ondra)가 있어요.
여성 클라이머 중에서는 린 힐(Lynn Hill)과 캐서린 데스티벨(Catherine Destivelle)이 이 분야의 상징적인 인물로 꼽혀요. 린 힐은 요세미티의 대표적인 난이도 루트를 프리클라이밍으로 완등하며 여성 클라이머의 가능성을 크게 넓힌 인물로 평가받아요.
최근 세대에서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잔자 가른브렛(Janja Garnbret)이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이어가며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종목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이들의 활약이 더 널리 주목받게 됐어요.
프리솔로 클라이밍의 대표주자
등반가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스타일로 꼽히는 것이 프리솔로 클라이밍이에요. 로프나 안전장비 없이 오직 맨몸으로 절벽을 오르는 방식으로, 실수가 곧바로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극도의 정신력과 기술이 요구돼요.
이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 미국의 알렉스 호놀드(Alex Honnold)예요. 호놀드는 요세미티의 거대한 화강암벽 엘 캐피탄을 로프 없이 등반한 기록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어요. 그의 등반 과정은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어 등반이라는 활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 고산 등반가: 히말라야급 고봉과 원정 등반을 목표로 하며 극한의 고도와 날씨를 견디는 체력이 필요해요.
- 스포츠클라이머: 인공 암벽이나 짧은 자연 암벽 루트에서 정교한 기술과 순발력을 겨루는 방식이에요.
- 프리솔로 클라이머: 로프 없이 오르는 방식으로 기술과 함께 극도의 심리적 안정감이 요구돼요.
등반가에게 필요한 자질
등반가로 활동하려면 기본적인 체력과 근력 외에도 판단력이 중요해요. 날씨 변화, 낙석 위험, 루트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필요하면 등반을 중단할 수 있는 결단력이 실력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져요.
또한 등반은 장비에 대한 이해도도 필수예요. 로프, 하네스, 확보 장비 등을 다루는 능력이 부족하면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안전한 등반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등반가들이 오랜 시간 기초 훈련과 실전 경험을 쌓아가며 실력을 키워요.
등반가는 고산을 오르는 원정대원부터 인공 암벽에서 기술을 겨루는 스포츠클라이머, 로프 없이 절벽에 도전하는 프리솔로 클라이머까지 폭넓은 스타일을 아우르는 이름이에요. 시대마다 새로운 방식을 개척한 인물들 덕분에 등반이라는 활동 자체도 계속 발전해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