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 되면 어른들이 흔히 쓰는 말 중 하나가 ‘도쿠리’예요.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단어지만, 나이 지긋한 분들에게는 여전히 익숙한 표현이에요. 이 단어가 어디서 왔고 왜 옷을 가리키는 말이 됐는지 정리해봤어요.
도쿠리의 원래 뜻
도쿠리는 원래 일본어 とっくり(tokkuri)에서 온 말이에요. 일본에서 도쿠리는 목이 좁고 길게 이어진 병 모양의 도자기나 금속 용기를 가리키는 단어로, 주로 사케 같은 술을 데우거나 담아 따르는 데 쓰였어요.
일본 술자리에서 도쿠리는 오초코라 불리는 작은 술잔과 짝을 이뤄 사용돼요. 도쿠리에 술을 담아 따뜻하게 데운 뒤 오초코에 따라 마시는 방식이 일본 전통 술자리 문화의 대표적인 모습이에요. 목이 좁은 구조 덕분에 온도를 유지하기 좋고, 따르는 양도 조절하기 편하다는 실용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사용돼온 도구예요.
옷을 가리키는 도쿠리
한국에서는 이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정착했어요. 목까지 올라오는 니트 스웨터, 즉 오늘날 흔히 말하는 터틀넥을 나이 지긋한 세대는 ‘도쿠리’라고 불러요. 목이 좁고 길게 올라온 병의 형태와 목까지 감싸는 스웨터의 모양이 닮았다는 이유로 이런 명칭이 옮겨 붙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런 식으로 사물의 형태적 유사성 때문에 단어의 의미가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언어에서 종종 나타나는데, 도쿠리도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예요. 원래 술 담는 그릇을 가리키던 말이 어느샌가 겨울 니트 옷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게 된 거예요.
세대별로 다른 쓰임
젊은 세대는 목까지 올라오는 니트를 부를 때 대부분 영어에서 온 ‘터틀넥’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요. 반면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세대는 여전히 도쿠리라는 표현에 더 익숙한 경우가 많아요.
이 때문에 옷가게에서 나이 든 손님과 젊은 점원 사이에 도쿠리라는 단어를 두고 잠깐 소통에 혼선이 생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요. 같은 옷을 가리키는 말인데도 세대에 따라 전혀 다른 단어를 쓰는 셈이에요.
순화어로서의 도쿠리
도쿠리는 일본어에서 온 외래어라는 이유로 국립국어원 등에서 순화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단어예요. 옷을 가리킬 때는 ‘목폴라’ 또는 ‘터틀넥 스웨터’라는 표현이 권장되고, 이런 순화 노력 때문에 최근 발간되는 패션 관련 자료나 언론 기사에서는 도쿠리 대신 목폴라라는 표현을 우선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 도쿠리(원어): 일본어에서 온 표현으로 목이 좁은 병, 혹은 목까지 올라온 니트를 뜻해요.
- 목폴라: 도쿠리를 대신해 국립국어원이 권장하는 순화어예요.
- 터틀넥: 영어에서 온 표현으로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명칭이에요.
지금도 남아있는 표현
순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쿠리라는 단어는 여전히 일상 대화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특히 어르신들과의 대화나 옛날 옷 스타일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표현이라, 세대 간 언어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종종 언급돼요.
결국 도쿠리는 하나의 단어가 시대와 대상을 옮겨가며 의미를 바꾼 흥미로운 사례예요. 원래는 술을 담는 그릇이었지만 지금은 겨울 니트를 가리키는 말로 더 익숙하게 쓰이고 있고, 그마저도 세대에 따라 다른 표현으로 대체되고 있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