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시조 짓기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데이빗 맥캔 교수는 요즘 ‘영어 시조(English Sijo)’에 몰두하고 있다. 단순한 개인적인 관심이나 취미활동을 넘어서서 ‘영어 시조 짓기’를 문학 교육 현장에 널리 확대해 보겠다는 생각이다. 맥캔 교수는 이미 여러 권의 시집을 발간한 바 있는 시인이다. 오랫동안 한국문학을 연구하여 왔고 한국 시가들을 영어로 번역하여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들을 해오면서 그가 도달한 특이한 지점이 시조를 영어로 짓는 일이라는 것이 놀랍다. 맥캔 교수는 자신이 직접 지은 영어 시조들을 모아 만든 자가본 영어 시조집을 만들었다. 이 책이 영어 시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맥캔 교수는 시인으로서 시조라는 특이한 시적 형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의 하버드대학 박사학위 논문이 한국 고전시가의 시적 형식 문제였다. 그는 시조에서 중시하고 있는 3장 분장의 형식을 주목한다. 시조의 기본적 형식은 3장 구성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각 장은 4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특한 율격적 규칙을 생성한다. 맥캔 교수는 이러한 형식적 특징에 근거하여 영어 시조의 틀을 창안하고 있다. 맥캔 교수가 시험하고 있는 영어 시조는 기본적으로 3장(연) 구성이며 각장 2행의 짧은 형식이다. 그는 한국어의 통사 구조가 의미 구조와 일치하도록 배열되고 있는 시조 형식의 특징을 그대로 영어에 적용한다. 그리고 여기에 시조의 독특한 율격 구조를 살려낼 수 있는 리듬의 가능성을 확인한다. 맥캔 교수는 영어 시조의 새로운 창작법이 바로 이러한 구상을 거쳐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널리 보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중학생들은 영어 시간에 짧은 글짓기 연습을 많이 한다. 영어 선생님은 그것을 ‘영어 하이쿠(English Haiku)’라고 부른다. ‘영어 하이쿠’는 영어 단어 몇 개를 골라 감각적인 문장 하나를 짤막하게 만드는 일에서 출발한다. 선생님들은 이 짧은 문장 짓기를 영어 단문(短文) 짓기라고 말하지 않고 굳이 ‘영어 하이쿠’라고 한다. ‘하이쿠(俳句)’는 일본 고유의 단시(短詩)로서, ‘5 • 7 • 5’의 3구로 구성되며 전체 길이가 17음절에 불과하다.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영어 하이쿠’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영어권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 사람들에게 영어로 ‘하이쿠’를 짓는 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영어 하이쿠’가 널리 알려져서 미국의 중학교 교실에서도 ‘영어 하이쿠’라는 것을 가르친다.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센스있게 단어를 골라 문장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서다. ‘영어 하이쿠’는 지금도 인기가 많다.

 

맥캔 교수의 영어 시조 짓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한국문화의 세계화라는 말을 하면서도 번역 이외에 별다른 방식을 찾지 못했던 점을 놓고 본다면, 더욱 주목되는 새로운 발견이다. 영어 시조 짓기는 번역을 통해서만 한국문학을 접했던 외국의 독자들이 직접적으로 한국문학의 정신을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맥캔 교수는 영어 시조 짓기를 한국문학 교육의 현장에서 널리 확대하기 위해 올해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한국에 나와 영어 시조의 가능성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앞으로 ‘영어 시조 (English Sijo)’라는 말이 미국의 각급 학교 영어 시간에 자연스럽게 사용될 정도로 ‘영어 시조 짓기’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문학의 뿌리에 해당하는 시조가 영어를 통해서 그 문학적 생명력을 더욱 인정받게 된다면 얼마나 장한 일인가? (권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