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노래와 춤이 세계 각지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다시 되짚어 보고자 하는 것이 한국문화의 위상이다.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내세운 지가 20년이 넘었다. 한국문화의 세계화는 일차적으로는 문화의 공간적 확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수용 공간의 확대라는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문화를 민족적 특수성의 개념으로부터 인류적인 보편성의 개념으로 해방시키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 문화의 세계화는 한국 문화가 이질적인 외국 문화 속에 들어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화해로운 만남을 이루기도 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한국문화의 자기 정체성과 그 위상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문화는 인간 생활양식의 총체라고 한다. 인간이 자신의 삶에 근거하여 현실을 바라보고 삶을 영위하며, 우주 만물에 대응하는 일체의 행위가 문화를 형성한다.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것이 여기서 비롯되며, 문화의 자율성이라는 것도 바로 여기서 연유된다. 문화의 개념이 이처럼 넓어지고 보다 역동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문화의 생산 양식과 그 향유의 폭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문화라는 것이 특수한 계층의 전유물처럼 생각되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문화의 통합적인 힘을 의식하게 되었고, 각자가 그것을 이용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는 모든 사람들의 요구에 맞춰 어떤 고정적인 목표를 내세우기 어렵다. 그것은 하나의 발전 가능한 모형을 제공할 수 있을 뿐이며, 사회 발전의 한 단계로서 계속 논의되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문화는 사실적인 과정과 인간의 평가가 겹쳐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분열된 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조작된 문화의 분열도 체험한 바 있고, 이념의 양극화 현상에 의해 빚어진 문화의 갈등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건들은 모두 진정한 문화의 실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의 지향은 그 주체가 요구하고 있는 삶의 가치와도 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적 다양성과 그 균형을 통해서 자기 정체의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문화의 실천 가운데 가장 중요한 힘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를 두고 문화의 시대라고 말한다. 문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서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과 문화적 욕구가 늘어나면서 문화는 삶의 부차적인 영역이 아니라 중심 영역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화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으며, 사회 발전의 모든 과정에서 문화와의 상호 연관성이 깊어지고 있다.

문화 현상은 특정 이념이나 가치에 얽매여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어떤 규정된 방향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문화는 변화하는 시대와 변화하는 인간의 삶에 따라 함께 변화한다. 그것은 하나의 전략일 수도 있고 실천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 현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개방적인 국제 질서를 선택하고 다원화된 고도 산업 사회의 발전의 조화롭게 추구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 발전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각성이 필요하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 속에서 겪어야 했던 모순과 갈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삶의 가치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문화의 확대를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량적인 사회 발전의 단계를 넘어서 성숙된 시민사회의 확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화의 풍요로움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 (권영민)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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