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등 한국 문학이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가운데 평생 모은 문학 관련 서적 8000여 권을 미국 대학에 기증한 문학평론가가 있다. 그는 미국의 대학출판부들과 계약을 맺고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책을 펴내는 등 ‘한국 문학 전도사’로 나섰다. 주인공은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68). 최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권 교수가 이번에 책을 기증한 곳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지난해부터 이 학교의 방문교수로서 한국 문학을 강의한 게 계기가 됐다.  

“버클리대에는 일본학과 중국학은 있지만 한국학은 없어요. 사실 미국에서 한국학 전공이 있는 대학은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시카고대 등 10여 곳에 불과해요. 전체 대학이 3000여 곳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미약하죠.” 

그는 학교 측에 한국의 위상과 한국 문학의 중요성 등을 피력했고 버클리대의 총장과 담당 학장 역시 한국학 전공 설립에 공감해 이르면 내년에 한국학 전공을 개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공으로 개설돼도 관련 책이 부족하면 학생들이 한국을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실제로 권 교수가 지난해 이광수와 김소월 등 한국 근대 문학자들의 작품을 강의해도 현지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구하기 어려워 애를 먹었다. 

그는 한국 문학책이 국내 웬만한 도서관엔 있지만 미국에선 희귀본에 가깝다는 생각에 소장 도서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책들은 1970년대 문학 평론을 시작할 때부터 수집한 8000여 권. 미국에 부치려 포장하니 라면 상자 100개에 육박했다. 중국에서 어렵게 수집한 광복 이후 시집도 일부 포함됐다.  

권 교수는 버클리대에 소설가 조정래와 한강 등을 잇달아 초청해 현지 연구자들에게도 한국 문학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우리는 영어 번역서를 내면 미국 독자들이 읽을 것으로 여기지만 그럴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와 비슷해요. 미국에서 영어로 나온 문학 책 1만5000여 종 중에서 한국 문학은 10여 종 남짓한 실정이죠.” 

그는 “한국 문학이 내부적으론 위축돼 있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무대를 세계로 넓혀야 한다”며 “우선 현지 문학 연구자나 문학인들이 한국 문학을 접할 기회를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일반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문학 하는 사람이라면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나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중국의 모옌(莫言) 등 작가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읽는 것처럼 한국 문학도 한국을 벗어난 국가에서도 문학 전문가들에게 두루 읽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미국 명문대인 컬럼비아대 출판부와 UC출판부(버클리대 출판부)와도 계약을 맺고 한국 근현대 문학을 소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작품명과 등장인물, 작가명 등 명칭 표기법의 표준화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최초 문학 동인지인 ‘창조’만 해도 더 크리에이티브(The Creative), 더 크리에이션(The Creation)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기법이 표준화돼 있지 않으면 연구에 애를 먹을 수 있어요.”

평생을 문학평론가와 서울대 국문과 교수 등으로 지낸 그는 “한국 문학을 체계적으로 마무리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 소개 서적의 집필 기간을 2년 정도로 잡았지만 할수록 어림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영시(英詩)를 연구하는 외국인 학자가 ‘김소월 시가 기가 막히다’고 말하는 걸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동아일보>, 2016.8.26.)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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