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세간의 화젯거리다. 이 법의 시행을 앞두고 법 제정의 취지와는 달리 자영업자들이 그 영업에 큰 지장을 받게 될 것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고, 과수 농가나 축산 농가들이 그 산물의 판매에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한 ‘청탁문화’가 빚어내는 각종 비리에 우리가 얼마나 무감각해져 있는지를 그대로 말해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그러므로 이 법의 제도적 정착과 함께 그 법 정신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연초에 국제투명성기구에서 국가별 청렴도를 분석하여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한 적이 있다. 2015년 전체 조사 대상 168개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37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최하위권에 속한다. 남미의 칠레가 23위이고 동유럽권의 폴란드가 30위에 올라 있는 것을 보면, 경제 발전과 그 국가적 위상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가 청렴도가 얼마나 낮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부패인식지수가 낮은 것은 부정한 청탁과 대가를 바라는 뒷거래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권력을 휘둘렀던 시대에는 권력자들이 앞장서서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다. 그러면서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면서 정의와 부정부패의 척결을 내세웠고 시민들을 향해 언제나 자기네를 믿고 따르라고 강요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모든 정보가 개방되기 시작했고, 금융실명제가 정착되면서 검은돈의 거래도 상당 부분 차단되었다. 관공서의 각종 업무에서 이른바 ‘급행료’라는 것도 많이 줄었고 길거리의 교통 위반 차량에서 돈을 뜯어내던 교통경찰의 횡포와 비리도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은 더 이상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용서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자기 권리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물론 힘이 있는 자들 가운데에는 그 힘으로 교묘하게 부정한 일을 꾸미고 검은돈을 끌어들여 자기 뱃속을 채우려고 한다. 돈 많은 자들은 그 돈의 위력을 내세워 권력을 유혹하고 부정을 저지르면서 돈의 힘으로 그 거짓을 덮으려고 한다. 근래의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 힘이 있는 자는 그 힘으로 돈을 주무르고 돈 가진 자는 그 돈으로 힘을 끌어들여 부정과 비리를 감추려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도 여전히 거짓으로 뒷돈을 챙기고 검찰의 요직에 오른 자도 그 권세로 돈을 끌어 모으는 데에 혈안이다. 그리고 모두가 거짓말로 사실을 얼버무리려고 한다. 

 

하지만 권력은 그 돈 때문에 거짓의 꼬리가 잡히고 돈은 권력과의 끈이 잘리면 맥을 쓰지 못한다. 참으로 부끄럽게도 한국의 권력층과 돈을 가진 자들이 돈과 힘 때문에 부정하게 서로 엮이는 한심스러운 일들이 자꾸 생겨난다. 국가 청렴도가 꼴찌 수준이라는 것을 모든 시민이 수치스럽게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는 지금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발전만으로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 발전의 기반 위에서 국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사회 각 부문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행복지수도 올라간다. 

‘김영란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우리 생활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부정한 뒷거래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각 부문의 활동도 경쟁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발전하면서, 국가 사회 전체의 청렴도가 그만큼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법 제도의 정착과 공정한 시행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수준 높은 선진 윤리사회로 이끌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동아일보>, 2016.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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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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