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은 연간 800만 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곳에 한국관이 개관된 것은 2007년 6월의 일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개별 국가 전시실로는 처음으로 한국관이 개설되었으니, 당시 한국 문화계에 커다란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중요 언론에서는 한국관이 영구 전시실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크게 보도하기도 했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는 아시아 문화연구 프로그램 중 하나로 ‘한국 문화유산 프로젝트(Korean Heritage Project)’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물관 측에 이 사업을 지원하기로 약속하면서 한국관 개관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125만 달러를 지원했고, 3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한국관을 개관하게 되었다.

한국관에는 한국의 역사와 생활을 주제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한국의 전통 도예’ ‘조상 숭배’ ‘한국의 전통 혼례’ ‘한글은 한국 문화의 자랑’ ‘국경을 넘은 저편의 한국’ ‘한국의 현대 미술’ 등 총 7개의 주제로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한국 전통 옹기장인 정윤석 씨의 옹기, 도예가 방철주 씨가 만든 청자 항아리,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의 한국 전통 혼례복, 변시지 화백의 그림 등도 이곳에 전시되었다.

한국관 개관 행사에 권 여사는 세계인이 좋아하는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개별 국가로는 처음으로 한국이 독립적인 전시공간을 갖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는 축하 메시지도 보냈다. 한국관은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미국인과 세계인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의 삶의 모습을 알리는 작은 창구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 한국관이 올해 하반기에 폐관된다는 소식이다. 개관 당시 10년간의 전시 기간을 약정했기 때문에 올해로 그 계약이 만료된다는 것이다. 스미스소니언 측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한국관의 폐관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여기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사이에 한국관의 폐관을 기정사실화하는 박물관 측의 발표가 있었다. 더구나 한국관의 지속적 운영을 위한 재계약을 논의하는 것조차 이미 늦어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교민 사회에서는 한국 문화를 제대로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사라지게 된 것을 모두 아쉬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관의 상설 운영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한국의 정책 당국을 비판하는 여론도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는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내세울 때마다 민족 문화의 찬란한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데에는 우리 모두가 소견도 좁고 역량도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요즘은 ‘한류’라는 것을 내세우면서 ‘케이팝’을 이야기하고 한국의 드라마를 띄우는 데에 열중이다. 한국의 생활문화 가운데 음식이라든지 패션에 대한 감각은 이미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보편화되고 있다. 매체의 확장과 멀티미디어의 발전에 힘입어 대중적 취향을 강조하는 한국 문화의 지구적 확산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한국관 폐관을 놓고 보면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정책의 틀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문화의 세계화는 문화 상품의 소비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것은 문화 산업의 상업적 논리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 문화는 이질적인 외국 문화와 만나면서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면서 조금씩 그 위상을 높이고 영향력도 키워가게 된다. 여기에는 문화의 양식적 특성과 그 정신에 대한 고급한 취향과 선택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문화가 세계 문화 속에서 조화롭게 그 위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문화 산업에 중점을 두었던 한류의 확산 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한국 문화가 세계 문화와 자연스럽게 접촉할 수 있는 여러 단계와 요소들을 어떻게 구성하고 조직해 연계하느냐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한국관이 이대로 폐관되고 만다면, 이제 겨우 그 가치를 알리기 시작한 한국 문화가 세계를 향한 중요한 창구 하나를 그대로 잃게 되는 셈이다.(<동아일보>, 2017.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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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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