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올해는 없다

 

 

올해 가을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품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발표한 성명을 보면, 한림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신 내년에 수상자를 2명 선정하겠다고 한다. 해마다 노벨문학상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는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수상자를 내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면서 대중의 신뢰 회복을 언급하고 있는 스웨덴 한림원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도 궁금하다.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한다고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외신들이 전하는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노벨문학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 종신회원은 모두 18명이다. 그 가운데 카타리나 프로텐손이라는 여성 회원이 있다. 그녀의 남편은 스웨덴 최고의 사진작가로 유명한 장클로드 아르노다. 이들 부부는 스웨덴 문화 예술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저명인사로 손꼽힌다. 그런데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가 지난해 11월 이른바 미투 파문에 휩쓸렸다. 18명의 여성들이 장클로드 아르노에게 지난 10여 년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던 것이다.

장클로드 아르노의 성폭행이 여러 피해자들에 의해 폭로되자 스웨덴 문화 예술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스웨덴 문화 예술계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한림원 종신회원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은 자기 남편을 두둔했고, 한림원 자체에서도 이 사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사태가 더욱 커지자 스웨덴 한림원에서 세 사람의 다른 종신회원들이 프로스텐손의 태도를 문제삼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종신회원직 해임을 한림원 사무국에 정식으로 요구한다. 게다가 프로스텐손이 노벨상 수상자를 사전에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림원에서는 이 요구가 부당하다면서 모두 무시해 버린다. 이렇게 문제가 뒤엉키게 되자 해당 종신회원들이 사무국의 처사에 반발하여 한림원을 집단 사직하기에 이르게 된다.

한림원 내부의 갈등이 바깥 세상에 널리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스웨덴 한림원이 여성 성폭행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게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스웨덴 한림원의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그리고 결국 프로스텐손도 사퇴하게 된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금년도 노벨문학상의 심사 중단(?) 사태로까지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벨재단에서도 스웨덴 한림원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내년으로 연기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는 기관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조치들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결정한 대로 올해 10월에는 서점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볼 수 없게 된 것이 사실이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시행되었는데 모두 110명의 저명한 문인들이 이 상을 받았다. 수상자를 결정하지 못한 것은 1914, 1918, 1935, 모두 세 번이다. 당시 노벨재단의 공식 성명은 마땅한 수상자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기간 중이던 1940년부터 4년 동안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오랫동안 그 권위를 지켜온 노벨문학상이 대상작을 선정하고 시상하는 기관의 내부 문제로 수상작을 내지 못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노벨문학상의 큰 상처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내년에 두 사람의 수상자를 낸다고 하니 내년의 노벨문학상에 호기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물망에 올랐던 문인들도 새로운 가능성에 기대를 가져봄 직하다. 일본의 문학 애호가들이 벌써부터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흥분하고 있다는 토막소식도 전해진다. 우리나라 작가 가운데에도 그렇게 거론될 만한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노벨문학상은 세계문학의 꽃이다. 물론 그 자체가 문학의 최고 가치나 수준을 말해주는 척도는 아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된다는 것은 세계문학의 무대에서 가장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무엇보다도 작품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야 한다. 물론 세계 각국의 인종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서 모든 독자에게 호감을 얻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작품이 적어도 20여개 국가의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힌다면 그 문학인은 자신의 문학작품으로 세계의 무대에 서 있게 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중요 작품 서너 편 정도가 이미 세계 각국의 독자들에게 읽히면서 사랑을 받고 있다면 그런 작가는 스스로 자신을 노벨문학상의 후보자로 올려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가운데 우크라이나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프랑스 작가 패트릭 모디아노,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등은 이미 그들의 대표작들이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판되어 꾸준히 읽혀 왔다. 한국어로 번역 소개될 정도라면 당연히 세계적인 작가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노벨문학상은 매년 생존해 있는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그 수상작을 선정한다. 수상작을 발표하면서 심사 과정이나 후보자들에 대해 어떤 정보도 내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수상자로 선정된 사람 이외에 누가 후보에 올랐는지 어떤 심사과정을 거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수상자가 발표 된 후 50년간 심사 내용에 대한 모든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노벨재단의 문서보관소에 1967년까지의 노벨문학상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가 모두 일반에게 공개되어 있다. 물론 그 문서들 속에서 한국문학 작품에 대한 기록은 하나도 없다. 1967년까지는 단 한 번도 한국문학 작품이 심사대상에 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일본문학의 경우 1958년에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작가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소설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 1886-1965)와 시인 니시와키 준자부로(西脇順三郎, 1894-1982)가 후보로 추천된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이름은 1960년에도 후보군에 포함되었다. 카와바타 야스나리는 1961, 1963년 연속으로 그 이름이 후보군에 오른다. 1963년에는 소설 금각사(金閣寺)로 유명한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새롭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해 미사마 유키오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의 나이가 40이 되기도 전의 이야기다. 미시마 유키오는 1965년에도 설국(雪國)을 쓴 카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와 함께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된다. 1967년에도 두 사람이 동시에 후보에 올랐다. 그러다가 1968년 카와바타 야스나리가 후보에 오른지 8년만에 일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다.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 자살함으로써 후보군에서 벗어났다.

노벨문학상의 수상자를 보면 110명의 수상자 가운데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그송(1927년 수상)도 있고, 영국의 철학자 러셀(1950년 수상)도 끼어 있다. 소설가가 절반이 넘고 시인 가운데 수상자는 34명이다. 그런데 수상 시인들의 면면을 보면 대개가 서구 언어권에 속해 있다. 소설의 경우에는 비서구 언어권의 작가도 여럿이 수상자가 되었는데 시인이 번역을 통해 노벨문학상의 수상자가 된 예는 없다. 인도의 시인 타골은 1913년 아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는데 그는 영어와 벵골어로 시를 썼다. 역대 최연소 수상자는 소설 정글북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키플링(J. Rudyard Kipling, 1865-1936)이다. 그는 1907년에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얻었다. 그의 나이 42세 때였다. 노벨문학상의 수상자들이 평균적으로 60대 중반에 상을 받았다는 통계도 있는데, 키플링의 수상은 약관의 나이에 이루어낸 업적임을 알 수 있다.

노벨문학상은 시상식에서 수상자 이외의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 누가 그 해에 후보자로 부각되었는지도 밝히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필요한 잡음도 없어지고 모든 관심이 수상자에게만 집중되는 것이다.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 시기에 임박하여 외신을 타고 들어오는 후보자는 영국의 도박사들이 선정한 몇몇 문인들의 명단에 불과하다. 전 세계 문학 독자들이 좋아하는 문인의 이름이 그 명단에 오르내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박사들이 점치는 사람 가운데 수상자가 된 경우는 별로 없다.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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