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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정치

문학칼럼 2017.02.15 04:47 |

‘사내는 우비와 거짓말을 갖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렸을 때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속담이다. 갑작스러운 곤란에 부닥쳤을 때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편이 남자에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거짓말도 때로는 필요하다고 가르치는 이런 속담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없다. 거짓말은 남을 속이려고 일부러 지어낸 것이니 당연히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도 남자한테 거짓말 하나쯤 있어도 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아무리 처세가 중요해도 거짓까지 용납해서야 될 일인가.

기독교 십계명에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계율이 있다. 진리이신 하나님은 거짓이 없다. 거짓말은 진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거짓말을 하는 것 자체가 마귀의 속성으로 간주된다. 부처님의 도리에도 거짓은 용납하지 않으며, 공자의 말씀에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남을 속이는 말은 모두 허언이며, 그것이 곧 인간이 저지르는 죄악의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윤리학에서도 거짓말에 대한 판단은 대개 엄격하다. 남에게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거짓말은 사실과 다른 허위 진술이라는 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죄로 취급한다. 말을 바르게 하고,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자기 책무다. 거짓말을 하려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방을 속이기 위해 꾸며서 말해야 한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남을 속이기 위해 먼저 자신을 속여야 하는 것이 거짓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의 꾸중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도 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도 거짓말을 꾸민다. 어른이 되어서도 거짓말을 자주 한다. 남녀 간의 연애에서 사랑을 구걸할 경우 쉽게 거짓말을 동원한다. 친구들 사이에 실없는 거짓말로 농을 걸 때도 많다. 경쟁이 치열한 입사시험을 보면서 면접관 앞에서 누구보다 잘 보이기 위해 자기 능력을 과장하여 말하기도 한다. 이런 거짓말은 남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진위를 따질 필요가 없이 대개 그대로 넘어간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득을 위해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해악을 저지르는 거짓말은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거짓말이 가장 크게 판을 치는 곳이 정치다. 정치라는 한자의 ‘정(政)’은 ‘바르게 다스리다’라는 뜻을 갖는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으면 자기 마음대로 ‘다스리는’ 데에만 골몰하지 ‘바르게’ 하려 들지 않는다. 거짓말로 시작한 정치는 권력의 힘에 맛들이면서 더욱 교만해지기 마련이다. 자기 허물은 모두 거짓으로 감추고, 자신이 저질러 놓은 비리와 부정을 일절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는 것은 정치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다. 스스로 불리해지면 정계 은퇴를 선언하기도 하는데, 요란하게 은퇴했던 정치인치고 다시 정치판에 나타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느 틈에 머리를 내밀고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면서 나댄다.

올해는 큰 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나서는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꾸며내고 거짓 선동을 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불과 4년 전 선거 때 정치인들이 내세웠던 거짓말을 착한 국민은 어느새 대부분 잊어버렸다. 대학생들을 향해 모두가 ‘반값 등록금’을 외쳤는데 정치인들의 그 허언을 누구도 다시 따지는 사람이 없다. 선거 때마다 생색을 냈던 ‘반값 아파트’는 또 얼마나 서민들에게 황당한 거짓말이었는가. 일자리 몇십만 개를 만들겠다고 듣기 좋게 주장하지만 저들이 국민 앞에서 무슨 거짓을 다시 꾸밀지 알 수가 없다. 

거짓말은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국민과 국가를 위한다는 정치판에 거짓말이 난무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치인의 거짓말에 둔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거에서의 거짓 선동과 거짓 공약을 철저하게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의 거짓말에 너그러운 국민의 의식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동아일보>, 1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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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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