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 CNN이 한국에서 한창 유행하는 ‘먹방(mukbang)’이라는 방송 형태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내보냈다. ‘먹방’은 음식을 먹으면서 방송을 하거나 먹는 모습을 그대로 방송하는 것을 말한다. 2010년을 전후하여 한국에서 시작된 이 특이한 방송 형태가 세계 각국으로 널리 퍼져 유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음식을 맛있게 많이 먹는 것이 흥미의 초점이었는데, 지금은 일종의 사회적 소통 방식이 되어 세계인의 폭넓은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 CNN의 진단이다.

‘먹방’이라는 말은 ‘먹는 방송’을 줄여 만든 신조어(新造語)다. 한국에서 ‘먹방’이라는 형태가 대중의 관심을 끈 것은 ‘아프리카TV’를 비롯한 몇몇 인터넷 방송에서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방송 출연자가 직접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내게 된 것이 그 시초다. 음식을 먹으면서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게 되면서 방송계에 널리 확산되었다. 지금은 인터넷 방송만이 아니라 여러 방송사의 중요 TV 프로그램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먹방 스타’가 등장할 정도로 이 방송 프로그램의 대중적 인기와 그 위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먹방’에 대한 외국 언론의 관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이코노미스트’라든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2014년에 한국에서 유행하는 ‘먹방’의 실태를 취재한 적이 있다. 이들 언론은 한국에서 ‘먹는 방송’이 인기를 끄는 현상은 경기 침체에 따른 한국 사회의 불안 심리와 젊은 세대의 욕구 불만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CNN의 보도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CNN은 한국에서 왜 ‘먹방’이 유행하는가를 취재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먹방’의 형태가 왜 전 세계로 확산되는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왜 자기가 혼자 음식을 먹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 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CNN은 ‘먹방’의 형태를 일종의 새로운 ‘사회적 식사법(social eating)’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먹방’이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특이한 소통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유대 관계도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보도에서 흥미로운 것은 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각종 미디어의 동영상을 모두 ‘먹방’이라는 한국말로 직접 지시하면서 범주화하고 있는 점이다. 이제 갓 만들어진 ‘먹방’이라는 한국말을 세계인의 일상적인 삶의 트렌드를 설명하는 최신 유행어로 격상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먹방’은 그것을 즐기는 대중과 영상물의 내용 사이의 거리를 없애면서 더욱 가깝게 개인적 체험의 영역으로 파고든다. 어떤 영상물에서는 한 여성이 푸짐하게 식탁에 음식을 차려놓고 혼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영상물은 두 사람이 함께 마주 보고 앉아 준비한 음식을 나누면서 하루 일과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사적(私的)인 순간을 놓고 일반 대중은 구경꾼이 되어 그 장면을 보고 즐긴다. 바쁜 일상에 쫓겨 누군가와 함께 식당을 찾아 즐겁게 식사하기가 어려워진 현대인이 이런 유형의 영상물을 서로 공유하면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가장 오랫동안 누려온 것이 음식에 관한 다양한 문화와 풍습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절대로 떼어낼 수 없는 것이 먹거리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음식에 대한 관심이 일차적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먹방’의 시대는 다양한 먹거리와 식습관 등으로 관심이 확대되면서 당분간 지속될 걸로 보인다. 특정 음식에 대한 편견도 모두 없애고 서로 다른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다. 기왕이면 ‘먹방’이라는 한국말이 맛있는 우리네 먹거리를 세계인들에게 흥미롭게 보여줄 수 있는 ‘먹방’과 함께 널리 전파되기를 기대한다. (<동아일보>, 201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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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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