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4일에 개최되었던 광복70주년 세계한국학대회 기조강연 내용 전문입니다)

 

한국학 연구의 현황과 그 전망

 

 

안녕하십니까?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하고 외교부와 광복70년 기념사업회가 후원하는 2015년 세계한국학대회의 기조강연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이 행사는 세계 각 지역의 한국학 연구 현황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이에 근거하여 한국학의 새로운 방향과 그 전망을 모색하고자 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이 뜻깊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한국국제교류단에 고마움을 표하며 이 자리에 함께 참여해 주신 세계 각국의 여러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국학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역 연구의 영역에서 한국에 대한 연구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번 세계한국학대회는 언어 문학과 역사 철학 등의 인문학 분야만이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학의 연구 방향 자체가 한국어를 기반으로 하여 문학과 역사 등으로 확대되어 왔고, 근래에는 정치 경제 등을 비롯한 여러 분야로 그 관심 영역이 넓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한국학 연구의 변화와 발전

한국학은 동양학 또는 동아시아 연구에서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해 그 역사가 아주 짧습니다. 역사가 오래지 않은 만큼 그 제도적 기반도 허약하고 연구 인력도 특정 분야에 편중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한국이 서구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입니다. 당시 한국에 관심을 가졌던 서양인들은 대개가 종교활동을 위해 한국을 찾아온 선교사들이거나 정치 외교 분야의 관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한국에 입국하여 교회를 세우고 학교와 병원도 건립하여 한국 사회에 서구의 문물제도를 전파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들 가운데 몇몇이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 거기서 한국을 소개하는 책자를 쓰고 한국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서구인들에게 심어주는 역할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한국학 연구의 출발은 이들의 저술 활동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서구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곧바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식민지 조선을 경영했고, ‘조선 연구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조사 연구를 시행했습니다. 일본인들의 조선에 대한 연구는 대개가 식민지 조선에 대한 통치 방식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일본적 식민주의의 담론 공간 속에서 일정한 성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조선연구에 관심을 가졌던 인물들은 전문 연구자도 있었지만 일본 정부에서 파견한 관리가 많았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판단대로 식민지 조선을 그려냈고 조선인들에 대해 기록했으며, 그 자신들의 조사 연구 결과를 실증이라는 이름을 붙여 합리화하고자 했습니다. 일본 식민지시대 한국인의 반식민주의 운동과 투쟁에서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이 이른바 문화적 민족주의의 경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주의적 접근방법에 저항하기 위한 한국인들의 대응 담론이었던 것입니다.

한국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료와 함께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동서 열강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남북한 분단 상황이 초래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유엔을 중심으로 서구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이 전쟁에 참전하였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국전쟁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의 역사 문화와 한국인의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도 등장했습니다.

광복 이후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 학문적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역별로 그 경로가 복잡합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한국학은 한국전쟁 이후 등장한 한국 전문가들과 미국에 유학했던 한국의 전문 지식인들에 의해 그 기초가 만들어졌고, 1960년대 중반 이후 평화봉사단의 활동을 통해 그 기반이 확대되면서 학문적 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특히 평화봉사단출신 학자의 대거 등장은 한국학이 미국에서 지역연구의 한 분야로서 그 독자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던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서의 한국학 연구는 이들이 주도해온 폭넓은 교육과 연구, 그리고 그 성과에 대한 학문적 계승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유럽 지역에서는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경우처럼 한국 연구의 독자적인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구소련시대에 동구권에서 이루어진 한국 연구를 기반으로 그 방향이 새롭게 전환된 지역도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 가운데 중국의 경우는 개방화 이후 한국과의 적극적인 학술교류를 통해 한국학의 영역이 크게 확대 발전하였습니다.

세계 각국의 여러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학 연구와 교육은 1991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설립 이후 해외 한국학 분야에 대한 지원 사업을 확대하면서 획기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해 한국학 분야의 교수직 설치 기금을 지원하였고, 학문 후속세대 육성을 위한 장학 지원도 지속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국학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술교류 사업을 지원하였습니다. 이러한 꾸준한 지원 정책에 따라 세계 각국의 중요 대학들도 한국학연구소를 설치하고 한국학 강좌를 개설하면서 한국학에 대한 관심을 적극 표명하였습니다. 오늘날 해외 한국학의 확대와 그 발전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추진해온 지원 사업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학의 연구의 과제와 전망

한국학 연구는 그동안 꾸준히 확대 발전되어 왔지만 아직도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국학 연구를 위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한국학 연구의 전문가를 제대로 키우지 않고서는 한국학의 발전과 그 세계적 확대를 말할 수 없습니다. 전문 인력이 부족하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고 제대로 된 성과를 얻기도 힘듭니다. 더구나 한국학 연구에 뜻을 두고 있는 학문 후속 세대의 양성도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한국학 연구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 각국의 주요 대학에서 한국학 강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만 합니다. 대학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고정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어야만 한국학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세계 각국의 여러 중요 대학에 한국학 강좌의 개설을 위해 재정을 지원했습니다. 앞으로 이 같은 사업에 한국의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학 연구를 위한 가칭 <해외 한국학 연구 기금> 같은 것을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한국학 연구를 더욱 활성화하고 그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학술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필요합니다. 외국의 한국학 연구자들은 국내 학계의 다양한 연구 성과를 곧바로 접하기 어렵고 그 연구 내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외의 한국학 연구자들이 학술 정보를 교환하고 연구 내용에 대해 활발하게 토의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고 이를 네트워크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아시아 연구의 주축이 되고 있는 중국학이나 일본학 분야와의 학문적인 접촉과 교류도 더욱 활성화해야 합니다. 한국학 연구의 성과가 일본학과 중국학의 경우와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만, 동아시아 연구에서 각 지역 연구의 상호 관련성이 더욱 강조되고 상대적으로 한국학 연구의 위상도 제고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 속의 한국은 그 국가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한국의 언어와 역사, 사회와 문화 전반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한국과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이해하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파급되기 시작한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열기가 커지고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새로운 흥미와 관심이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학의 연구 기반을 더욱 확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학의 학문적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이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한국학이 동아시아 연구의 중심에 자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오늘 세계 한국학대회에 참여하신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교육활동과 폭넓은 연구 성과가 앞으로는 한국학 연구라는 이름으로 더욱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권영민)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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