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6월 지령 500호 <1972년 10월 창간>

 

시인 이상의 초상화를 표지로 쓴 문학사상 창간호부터 매 100호 표지(왼쪽부터)를 한데 모았다. 최신호인 500호 표지는 그동안 표지에 등장한 문인들의 초상화를 모자이크 처리해 만들었다. 500호는 5월에 나와야 하지만 1979년 게재 소설의 특정 지역민 비하 논란으로 한 회가 발행되지 못해 6월에 내게 됐다.

문학사상사 제공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이 6월호로 지령 500호를 맞았다.

1972년 10월 창간한 지 42년 만의 일이다. 순수 문예월간지 중 500호를 넘긴 잡지는 ‘현대문학’(714호·6월 기준)과 문학사상이 ‘유이(唯二)’하다.

문학사상은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최신 흐름을 소개하고 우리 고전을 발굴, 번역해 알리는 등 문학사에서 작지 않은 발자취를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은 시인은 500호 발간을 축하하며 “한국 현대문학의 운명을 개척해 온 문학사상 지령 500호의 장엄한 역정 앞에서 고개 숙인다. 이 길고 긴 고초와 영예에 경의 없이 나는 고개 들고 서 있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령 초대 주간은 당시 창간사에서 “문단의 문학을 철저히 파괴하여 만인의 문학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일성을 토했다. 이후 문학사상은 매달 발간될 때마다 시중의 화제였다. 자체 자료조사연구실을 두고 윤동주, 이상, 김소월의 미발굴, 미발표 작품을 찾아 소개하며 ‘특종 잡지’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에 루이제 린저, 에우제네 이오네스코 같은 당대 외국 유명 작가의 초청 강연회도 열었다. 아널드 토인비, 헨리 밀러, 호르헤 보르헤스 같은 해외 석학과 문인을 직접 인터뷰해 지성인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도 했다. 덕분에 1970년대 중후반 이 잡지의 발행부수는 월 5만∼7만 부에 달했다.

문학사상이 이상문학상(1977년), 소월시문학상(1987년), 김환태평론문학상(1989년)을 제정해 문단의 새 얼굴을 발굴하고 문인과 대중의 인정을 함께 받는 상으로 키워낸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올해로 38회를 맞은 이상문학상은 매년 수상 작품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문학사상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서울대 명예교수)은 “500호를 기점으로 월간 문학사상을 지금보다 더 젊은 잡지로 만들어 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동아일보DB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서울대 명예교수)은 “창간호부터 500호까지 변치 않았던 문학사상 만의 원칙이 있다면 문단의 어느 유파에도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다는 것과 사상, 역사 등 문학 이외의 타 영역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문학의 외연을 넓히려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창간 이후 40년 넘게 유지된 전통 중의 하나는 잡지 표지다. 매달 문인들의 초상화가 등장했는데 창간호는 화가 구본웅이 그린 작가 이상의 얼굴이 실렸다. 이후 서정주, 이청준, 이문열, 황지우 등 당대 최고 문인들의 초상화가 표지를 장식했다. 이만익, 이두식 오수환 이석조, 서세옥, 김천영 등 초상화 작업에 참여한 화가들도 쟁쟁해 이들이 그린 초상화만을 모은 전시회가 열리기도 했다. 26일 발간되는 500호 특집호 표지는 역대 문학사상 표지에 쓰인 초상화를 모자이크처럼 조합했다.

26일 발행되는 500호 특집으로는 이어령 초대 주간의 대표 저작 다시 읽기 기획을 마련했다. 정호승 김용택 나희덕 등 역대 소월시문학상 수상자의 신작시와 최일남 한승원 윤대녕 등 이상문학상 수상작가가 이 상을 받은 뒤 문학세계에 닥친 변화를 고백한 에세이도 눈길을 끈다. 한국 문학 속의 문학사상을 짚은 코너도 실었다.

권 주간은 “500호를 기점으로 젊은 편집, 기획위원들을 대거 영입해 문학사상을 보다 ‘젊은 잡지’로 만드는 데 힘쓰겠다”며 “광복 70주년인 내년에는 광복 이후 한국문학의 주요 이슈를 돌아보는 특집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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