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평론가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가 지난 17일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린 문학콘서트에서 열강하고 있다.

"이상은 하늘에 떠 있는 까마귀의 눈으로 지상을 내려다보길 원했다." 

평범한 눈높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들여다보고 꿰뚫어 보고 뒤로 돌아가 보고 내려다보고 펼쳐 보는 것. 권영민 전 서울대 교수(63ㆍ현 단국대 석좌교수)는 시인 `이상` 문학의 핵심은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지난 17일 문학의집ㆍ서울에서 `이상과 다시 만나다`라는 주제로 문학콘서트를 열었다. 권씨 밑에서 수학했던 학생들, 이상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 등 250여 명이 시인 이상을 다시 알기 위해 문학콘서트를 찾았다. 

권씨는 이상에게 관심을 표한 사람들의 이메일을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상이 과대 포장됐거나 연구자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니냐는 이메일에 권씨는 "1930년대 이상 등단 전까지, 그리고 이상 사후 75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문학사에는 이상과 같은 인물이 없었다"는 대답으로 이상 문학의 가치를 설명했다. 

어느 외고 3학년 학생이 이메일로 보낸 이상 문학의 의미와 왜 이상이 오늘날에도 문제가 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 권씨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야말로 이 콘서트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권씨는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사진을 곁들여가며 시인 이상, 김해경의 삶을 설명했다.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조선총독부 관리로 특별 채용됐던 엘리트 이상. 하지만 결핵 판정으로 화가의 꿈도 접고 시골로 요양을 가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시골 작부 금홍에게 사랑을 느낀 이상은 서울에 다방 `제비`를 열고 그녀를 서울로 불러들인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져만 가는 병세와 금홍의 남성편력으로 육체적ㆍ정신적 이중고에 시달리는 삶을 살게 된다. 1937년 28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 이상의 짧은 생은 현대에 와서도 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선사한다. 

이상이 남긴 작품은 소설 10여 편, 시 80여 편, 그리고 수필 몇 십편이 전부다. 권씨는 그중에서도 난해하지만 사람들에게 친숙한 `오감도`를 통해 이상이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실마리를 찾았다. 

까마귀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시선. 어른도 아이처럼 작게 보이고 뚫린 길도 막힌 것처럼 보이는 새의 눈. 불신과 갈등, 공포 속에서 서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는 모습을 달리는 것처럼 느끼는 시각. 

한때 화가가 되기를 원했고 건축학을 공부하며 구조역학을 배운 이상이었기에 가능한 감각적 인식이었다. 

콘서트에 참석한 평론가 함돈균 씨는 권씨에게 기호, 숫자 등을 사용하는 이상의 시를 문학성 측면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물었다. 권씨는 "이상의 시는 읽거나 노래하는 시가 아니다. 봐야 하는 시다"고 답했다. 

[정슬기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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