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이상(李箱·본명 김해경·1910∼1937)은 ‘불우한 천재’로 알려져 있지만 학창 시절 그의 곁에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는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는데 당시 졸업생 69명 가운데 조선인은 17명이었다. 이상은 조선인 졸업 동기들과 그들만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1928년 가을부터 함께 사진을 찍고 인화해 수제 사진첩을 만들었다. 사진첩의 이름은 ‘추억의 가지가지’. 》

이상의 졸업 동기였던 김희영이 쓴 1929년 2월 12일자 일기(서울대 기록관 소장)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 ‘하학 후에는 설경을 배경으로 앨범에 넣을 사진을 박히기 위하여 우리 일동은 낙산(駱山)으로 갔다. 사진인지 무엇인지 추워서 죽을 욕을 보았다. 우리는 다시 발길을 옮겨 탑동 공원에까지 왔다. 전번에 박힌 것이 잘못되었다 하여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김해경 군이 나보고 장가가라고 좋은 여염집 새악시가 있으니….’

사진첩은 이상을 포함한 동기 17명이 나눠 가졌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은 문학사상사가 보관하고 있는 한 권뿐이다. 이상의 졸업 동기인 원용석이 1980년대에 기증한 것이다. 이상의 75번째 기일인 17일 이 사진첩이 처음 공개된다.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문학사상사 주관으로 열리는 ‘권영민의 문학콘서트’의 첫 회 ‘이상을 다시 만나다’에서다.

문학콘서트를 기획한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는 “김희영의 일기를 보면 이상이 직접 앨범을 만든 것으로 나와 있고, 사진첩 뒤의 주소록 필체도 이상의 것과 동일하다”며 “이상은 일일이 사진을 오려 붙이고 표지에도 글자와 함께 그림을 그려 넣는 등 앨범 제작에 애착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 50여 장으로 만들어진 이 빛바랜 사진첩에는 장난스럽게 여성 한복을 입은 이상, 미술 전시실에 서 있는 이상 등 다양한 ‘청년 이상’의 모습이 등장한다. 졸업생들의 개인 사진이 각기 석 장씩 들어 있고, 서울 시내 고궁 등을 돌며 찍은 단체 사진도 있다. 사진첩의 앞부분에는 학교 사진과 교가를 넣었다. 권 교수는 사진첩의 사진을 일일이 스캔해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문학콘서트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콘서트에서는 소설가 김연수가 ‘내 문학 속의 이상’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김연수는 이과였던 고교 시절 이상의 ‘오감도’를 읽고 그 난해함에 매료돼 이상과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4년 등단 이후 이상의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장편 추리물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9년 단편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제33회 이상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사진첩 ‘추억의 가지가지’의 표지.(위) 아래는 미술 전시실에 서 있는 이상.

김연수는 “‘꾿빠이, 이상’은 고교 때부터 관심 있었던 이상이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소설로 푼 것이다. 콘서트에서는 집필 배경 등을 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상 시시비비(是是非非)’란 주제로 권 교수와 김연수, 문학평론가 함돈균, 안서현이 이상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가야금 연주자 이화영의 ‘한오백년―25현 가야금을 위한 변주곡’ 등 공연도 곁들인다.

권 교수는 “대중과 함께 수준 높은 인문학적 대화와 토론을 펼쳐 사회문화적 담론의 장에 인문학의 창조적 상상력과 새로운 정신을 불어넣기 위해 문학콘서트를 시작한다”며 “매월 초대 손님들과 함께 문인 한 명을 집중 조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http://news.donga.com/3/all/20120410/45430878/1

Posted by 문학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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